제일 중요한 날이 밝았다. 바로 내 생일!
항상 만 나이가 몇 살인지 헷갈린다. 윤썩열 나이로 28 살인건 아는데, 만 나이는 죽었다가 깨어나도 모른다. 항상 20대이고 싶어서 그런 걸 수도 ^^;
오늘의 키 포인트! 계산대 앞에서는 신중해지자.
회사원이 생일이면 뭐가 다를까? 대학생 때나 백수, 계약직으로 일할 때는 몰랐다. 생일이야 (매우 특별하지만) 똑같지. 정규직으로 첫 생일을 맞이하니 확실하게 다르다. 눈을 뜬 순간부터 확연하게 다르다. 진짜 정말로 진지하게 더 거지 같다.
출근을 해야 해서 옷을 입는 그 순간부터, 신발을 신는 사소한 시간까지 정말 열받는다. 우리 회사, 좋은 회사는 생일 반차를 제공한다. 당일에만 사용해야 하는 ♡ 다른 날로 미룰 수 없는 ♡ 내 생일이 주말이면 받을 수 없는 ♡ 소중한 반차다. 오직 그날을 위해 살아왔지만, 오전에 근무를 하러 가야 하는 분노가 버스 안에서 불타오른다. 내 옆자리 사람 녹았을 듯.
세미 프로 회사원은 출근하면 웃는다. 왠지 모르지만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있는 것 같다. 기분이 구려? 회사야? 그럼 웃어 ^^ 이런 느낌이다. 회사 온 순간부터는 마치 이 순간을 위해 초중고대학년백수생활을 거친 사람처럼 열정적이다. 그래야 버틸 수 있다. 다들 마음에 새기도록 ☺︎
나는 그래도 운이 좋다.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인지, 인복이 항상 있다. 물론 맞지 않은 사람은 연락도 안 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이 정도는 궁금하다. 가십 좋아 인간이기에)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운으로 회사에 사랑하는 팀을 만났다. 윗 줄에 장난으로 좋은의 의미를 반어적으로 표현했지만, 여기서 사랑한다는 정말 진심이다. 나의 성장 가능성을 봐주는 부장님, 나의 장난기를 받아주는 부장님, 대리님, 나의 수다를 받아주는 부장님, 대리님.. 놓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런 걸까. 부장님과 대리님이 날 많이 챙겨주신다. 출근하고 피씨 카톡을 켜서 글로 똥을 싸고 있었는데, 부장님이 옆 팀 사원분들을 데리고 스타벅스에서 생일파티를 열어주셨다. 갑자기. 상의도 없이.
너무 좋은데 매우 당황스러웠다. 물론 고깔콘이나 폭죽이 있는 생일파티는 아닌데, 케이크를 사주 시다니! 이 아침에! 너무 감사했고 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생일을 축하받을 거라 예상을 못해서, 매우 당황스러웠다. 생일을 알기만 하셔도 감사한데 케이크를 사주 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이 글을 보지는 못하시겠지만, 충성심이 맥스가 되어버렸어요. 책임지세요, 아름다운 부장님. (근데 단 케이크에 인상을 쓰니 부장님이 빵 터지셨다. 행복하신가요? 그럼 저도 좋습니다 ☻ㅎ)
말이 많은 게 글에서도 티가 난다. 아직 출근밖에 안 했는데 스크롤이 움직이네. 티스토리가 글 간격이 너무 좁은 건 아닌지?
케이크를 울며 먹고, 올라와서 진지하게 티스토리 블로그 글을 썼다. 회사에서 전기 써야 해서 뭐라도 해야 한다. 예전에 3주 일하고 도망간 회사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나를 너무 열받게 해서 점심시간 동안 뜨거운 물을 켜놨다. 물론 아무도 없긴 했다. 누가 보면 창피한 일인건 나도 알지만 사람 말을 무시하는 모습에 보일러 값 인상을 선물로 드렸다. 사장님, 잘 계시나요? 왜죠?;; 전자담배 더 피시고 이라도 썩으세요.
10년 지기 친구가 반차 시간에 맞춰서 회사로 데리러 왔다. 부장님한테 눈웃음을 널리며(예븐 여성에게 눈웃음은 필수) 퇴근한다고 뛰어갔다. 국제전자센터 9층에는 쿠지(일본식 뽑기)가 있는데, 한 판에 16,000원이다. 우리 집 재무부장관=10년 지기 친구인데 생일 기념 한 판만 하라고 해서 두 판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너.. 미안하다.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더현대 서울에 갔다. 차가 막히든지 말든지, 날 좋고 생일이라 신나서 꽥꽥 소리를 질렀다. 친구가 진정하라고 했는데 그냥 무시했다. 같이 소리 질러야지, 진정은 무슨!
주차장은 P2로 가라 했는데, 말 안 듣고 P1으로 갔다. 그리고 블로그 작성자님에게 속으로 사과했다. 님이 맞았군요. 차가 오나전 막혀요.. 심지어 주차시간이 5만 원을 써야 1시간이라는 글을 이때 알았다. 혹시 더현대는 물가가 다른가? 생각했다. 저는 월에 쥐꼬리를 받는데, 다들 호랑이 꼬리라도 받으시는 걸까요? 부럽다 진짜.
주차 요원분이 잘 안내해 주셔서 그래도 금방 주차할 수 있었다. 바로 올라가서 밥부터 먹었는데, 결론은 ☆☆☆☆★이다. 리뷰를 자세히 쓰긴 할 텐데, 다른 카테고리에서, 그러니까 그것도 읽어줘, 고기는 질기고 물렁하고 라쟈냐는 자극적인데 보통이다. 사진은 거기서 보든지 말든지 흥.
드디어 핑구. 나는 오늘 핑구 팝업을 위해 더현대를 왔다. 미친 요망한 클레이 같으니라고. 이걸 위해 24. 11. 12를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핑구는 어렸을 때 내가 정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이다. 핑구가 생선을 먹는 장면을 보며 뺏어먹고 싶었다. 진짜 얄밉게 먹고, 친구 물개인 로빈이랑 맨날 장난치면서 논다. 유치원에 다니던 나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옛날 우리 집은 엄마의 독박육아로 굴러갔다. 돈은 아빠가 벌고 엄마는 책 대여점을 하셨는데 못생긴 아빠가 엄마를 그렇게 구박했다. 돈 안 되는 가게 하면서 애 못 키운다고. 지금 본인이 육아하면 반도 못 따라갈 텐데, 돈 더 번다는 권위로 엄마를 괴롭혔다. 그럼 엄마는 책 대여점의 작은 쪽방에서 스트레스만 쌓아가셨다. 스스로에 대한 한숨, 가게에 대한 한숨, 인생에 대한 한숨이 겹겹이 쌓여서 어린 내 등 뒤로 느껴졌다. 그래서 더 핑구에 집착했다. 눅눅!!!!! 하는 핑구 입으로 아빠 귀에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리고 핑구가 나랑 겹쳐 보였다. 핑가(동생)를 더 좋아하는 부모 펭귄들, 펭구를 천덕꾸러기로 보는 마을사람들이 미웠고 핑구가 더 씩씩하게 컸으면 했다. 나는 씩씩하게 클 테니 너도 씩씩해져, 인마!
아무튼 추억에 잠겨 장바구니를 쓸어 담았다. 핑구야, 내가 이러려고 돈 벌지 (내 돈으로 안삼) 뭘 위해 쓰겠니! 눈이 뒤집힌 건지 이것도 예쁘다, 저것도 예쁘다 하다가 프로모션 공지를 봤다. 20만 원 이상이면 뭔 인형을 준대; 누가 여기서 20만 원을 쓰냐?
진짜 154,000원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선채로 기절할? 뻔했다. 구라 아님?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뭘 담았다고? 엽서 5장, 포스터 2장, 키링 1개, 배지 2개, 엽서북 1개, 무선 충전대 1개, 디오라마 2개 샀는데? 인형 품절이라서 못 샀는데 15만 원이요?
정말 취소해 달라고 하고 싶었다. 내가 추억에 휩싸여 뭔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친구 얼굴을 보면서 네가 말해라고 눈빛을 보냈는데, 눈이 작아서 그런지 멍하니 나만 보더라. 또 내가 간지에 죽고 간지에 살아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긁었다.. 남의 카드로...... 글에 온점을 많이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정말 할 말이 없다. 5만 원 채워서 그냥 20만 원짜리 인형 가져가자고 생각했다.......
5만 원 이상 구매하면 낚시터 할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두 번 나눠 긁은 나? 러키빅히잖아🍀 친구도 신나서 뽑았는데 4등 뽑더라. 4등? 엽서. 나는 5등 뽑았다. 5등은 꼴찌에 스티커 한 장.
그래서 서문에 계산대 앞에서는 신중해지자를 썼다. 계산대 앞에서는 간지란 없다. 거지와 부자만 존재할뿐.... ☻
거지인 나와 친구는 더현대를 돌아다녔다. 크리스마스빌리지인지는 더워서 궁금하지 않았고, 고디바초코소라빵은 4개나 구매했다. 생일이라고 빵을 엄청 샀는데 23일에 건강검진이라 냉동실에 넣었다. 돈만 쓴 거지 그저.
딱히 기억에 남는 장소는 없다.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블루보틀 한 입 했다 정도? 만약 더현대가 주제였으면 장소마다 느낀 점 10줄 이상은 썼을 텐데,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편하게 스킵해야겠다. 중간에 더현대 전용 카드인지를 만들어달라고 영업사원 아저씨한테 잡혀서, 짠한 마음에 만들어주느라 집에 늦게 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뿌리칠걸. 아저씨 제 덕에 실적 1개는 올렸으니까 제 생일 축하해 주세요. 담배는 그만 피시고요. 냄새나요.
인생영화인 인사이드아웃 2도 있는 디즈니 매장도 갔었다. 불안 이만 보면 나 같아. 손이 떨리고 발이 떨리는 그 기분, 난 맨날 느낀다 불안아. 이유는 다양한데 지금은, 10시 안에 못 올려서 불안하다. 누가 날 마취총으로 쏴서 불안 부분만 좀 덜어갔으면 좋겠다.
집에 도착하니 5시 반이었다. 더 일찍 가지 못해 매우 분노했지만,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도 해서 좋았다. 분노와 기쁨이 같이 존재하는 순간이 너무 잦아서 신기하다. 서둘러 샤워하고, 친구는 미역국을 끓였다. 백화점 고기(한우 등심이라고 알려줬다. 고맙다.)가 들어간 미역국은 정말 맛있다. 미역국은 그냥 미역만 들어간 국을 좋아하는데, 좋은 고기는 좋은 맛을 낸다는 걸 또 알았다.
하이라이트는 핑구긴 한데, 그래도 생일이니 케이크를 불었다. 고양이♡를 키운 후로는 내 생일, 친구 생일, 고양이 생일에는 무조건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춤추고, 노래해 주는데 가수는 불쾌해하는 그런 현장이다.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건 인스타그램에 있습니다. r._.hea 계정 놀러 오슈
29살, 만 28살의 생일은 잔잔했다. 예전에는 관계에 집착을 많이 해서 누가 축하를 해줬는지, 안 해줬는지를 많이 따졌는데 지금은 온전히 흐르는 시간에 집중한 것 같다. (근데 아직은 버릇을 못 버려서 누가 줬는지 안 줬는지 다 앎;) 또 의외의 분들에게도 축하를 받은 날이다. 새로운 분들과 시간을 쌓아가서 너무 행복하고 기쁜 하루다. 다음 생일에도, 매일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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