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24. 11. 18
전날 분명 일찍 잤다고 생각했는데, 블로그 쓰겠다고 12시가 넘어서 잤다. 사람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하는데, 미쳤는게 분명하다.
겨울에는 객기를 부리지 말자
나는 워낙 몸에 열이 많다. 친한 쌤의 말로는 사주에 물이 많고 뭐시기면 더위를 많이 탄다고 했는데, 진짜든 아니든 정말 더워한다. 그렇다고 추위를 안타는건 아닌데 더운걸 더 못견뎌한다. 강원도 출신이라 추운게 무조건 더 낫다. 친구는 대프리카 출신이라 그런지 추운걸 더 싫어한다. 진짜 안맞는다.
그래서 아침에 -1도/8도가 적혀있는 날씨 앱을 보고도 나는 얇은 셔츠를 입었다. 여름용 셔츠인데 거의 나시만 입고 돌아다니는 두께이다. 겉옷은 얇은 솜패딩을 입었는데, 내 고집을 아는 친구는 말리지도 않았다. 친구는? 파타고니아 겉옷에 기모 옷을 입었다. 실내에만 있는 사람이 왜 저렇게 두껍게 입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쟤는 날 보며 외근 나가는 놈이 왜 저러지 했겠지?
출근을 했는데 아침부터 기분이 안좋았다. 회사 가는게 귀찮다, 싫다고 해도 사람 만나고 떠들면 신나서 나름 즐겁게 다니는 편이다. 그런 내가 젤 싫어하는건 분위기 망치는 사람들의 행동들인데 하필 월요일에 발생 빈도가 잦다. 손가락 아프게 치고싶지도 않은게, 당일 그 시간에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숨막힘이다.
팀장님 선물도 잘못 골랐다. 귀여운 주정뱅이셔서 좋은 와인잔 브랜드에 스테디한 제품을 구매해드렸는데, 집에 와인잔이 20개나 있다고 하셨다. 사람이 2명인데 잔만 20개라니 입이 한개는 더 있으신가보다. 선물 받고 좋아하는 모습에 준비하는데 아쉽게 코드가 안맞으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다음엔 더 기대하시라고yo.
외근을 나갔는데 염병, 열차 지연이였다. 파업인지 경기도 쥐는 몰랐지. 12시 일정이면 30분 정도는 일찍 도착하는데, 딱 맞춰서 들어갔다. 업무 관련된 이야기를 좀 적고싶지만 하도 여기저기에 링크를 뿌려대서 조금 사려야겠다. 괜히 뒷통수 맞을라.
밥먹고 좀 쉬려고했는데, 너무 얇게 입고 나간 탓일까? 슬슬 열이 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일교차가 심한걸 체감한 순간부터 열이난다. 편도가 안좋은 사람들 특징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명물이셨던 이비인후과 아저씨가 알려주셨다. 잘 지내시죠? 항상 생각합니다, 제 목에 있는 편도를 볼때마다.. 모양 이상하니 조직검사나 병원 가보라하셨는데 아직도 안갔어요.
빠르게 들어가려고했는데, 팀장님이 생일날 생일 케이크를 사주셨던게 생각났다. 생일빵을 왜 때리는지 이해는 못하지만, 생일빵 먹는걸 좋아하는 나는 근처에 노티드 매장에 갔다. 혹시 노티드 모르실까봐 물어봤는데, 한대 맞을뻔했다. 물론 진짜 때리진않으시는데 눈빛으로 때리신다. 나중에 내 블로그 단골로 나오신 걸 아시면 어처구니 없어하시려나?
예전에는 무조건 가루 많고 특이한 걸 구매했다. 신기한 맛도 , 다양한 맛도 다 먹어보고싶었다. 웃긴건 나이가 조금 드니 가장 기본이 맛있다는거다. 일단 기본을 맛있게 먹어야 변화된 맛도 즐길 수 있다. 시즈닝이 꼭 뿌려진 치킨, 더 단 빵, 온갖 색이 있는 음식은 우리 집에서는 먹을 수 없는 제품이였다. 아예 금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자식들의 취향은 존중받지 못했다. 무조건 대머리가 먹고싶은 두부 요리를 외식으로 먹었고 특별한 날에는 소고기를 구워먹었다. 난 구운고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내 생일을 아빠가 까먹은 일이다. 중학생이였는데 나의 뿌리가 나를 외면하는 느낌이였다. 그래서 엄마랑 이모가 소고기를 사줬는데 기분이 더 나빴다. 아빠는 내 생일을 잊어, 내 동생이 좋아하니까 소고기를 먹으러 왔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글쎄, 엄마는 내 선호보단 제일 좋은걸 먹여야 한다고 데려간 걸 수도 있다. 정말로 동생 생각에 먹으러 간 걸 수도 있고. 그래서 한입도 먹지 않고 집에서 계속 울었다. 그때도 분노하면 글을 썼는데 온갖 저주를 퍼부은것 같다. 성격이 정말 장난 아닌 점은 아빠한테 '아빠 딸로 태어나서 정말 싫어'라고 보냈다. 만취한 대머리는 들어오자마자 엄마에게 내 문자에 대해 화를 내었는데, '애 생일인것도 모르는데 할말이 뭐가있어'라는 엄마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셨다. 그러고 자고있는 내 방에 들어와 그때 처음 발행된 5만원 신권 한장 두고갔다.
그 돈이 책상 위에 올려져있는 걸 보니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하도 아빠는 힘들게 일한다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가, 5만원을 벌기 위해 고생하는 아빠한테 감정 이입이 됐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생각을 다한다 하지만 아빠가 너무 불쌍했다. 지금은 아빠가 이해되기도 하고, 돈으로 수습한 모습을 상상하니 웃기다. 몸을 쓰는 일은 생각을 잊게한다. 심지어 목수 일은 겨울에 해가 늦게 떠서, 낮동안 일을 타이트하게 한다. 춥고 몸을 쓰며 일하니 술이 드시고 싶으셨을거고 술 때문에 기억은 더 나지 않았을거다. 그러다 집에 오는 길에 첫째가 보낸 상처되는 문자에 기분이 나빴을꺼고, 엄마가 하는 말에 아차싶었을거고. 차라리 그때 돈을 주고 가는게 아니라, 문을 열어서 미안하다, 다음에는 아빠가 꼭 잊지 않을게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란 생각은 나만 한다. 아빠는 잊었기 때문이지, 대머리 같으니.
회사로 돌아와서 팀장님이랑 잠시 마트를 다녀왔다. 집에 있는 아기에게 이유식을 하려고 하는데, 톳과 미역, 닭가슴살을 갈 생각을 하셔서 정말 간곡히 말려드렸다. 00아, 너 입은 내가 지켰다.
그러고 계속 집가고 싶다 염불을 외웠다. 건강검진을 대비해서 무조건 운동을 하려고했는데 계속 열이 나고 재채기를 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오늘 운동하고 남은 날 침대행 할바에는 하루를 포기한다. 퇴근은 무조건 5시 땡치자마자 뛰어나간다. 퇴근하는 버스를 한번에 타서 기절하고 내려서 붕어빵을 사먹었다. 붕어빵 먹고 저녁을 먹는 과감한 선택을 했는데 매우 후회했다. 따뜻한 국물 요리를 먹고싶어서 부대찌개를 먹었는데 붕어가 위에서 탭댄스를 추느라 꾸역 꾸역 먹었다.
몇 없는 대학 친구 한명이 생일 선물로 바이레도 바디로션을 선물해줬다. 향은 아마 내가 고른거 같은데, 너무 좋다 진짜. 친구 녀석이 대학때부터 센스가 있더니만 결국 취향에 딱 맞는 선물을 보내줬다. 친구에 대해 더 적고싶은데 남의 이야기니 물어보고 적어야겠다. 짧게 적으면 친구는 나보다 더 광기가 있다. 미친 사람은 아니고 눈에 안광이 있는 녀석인데, 청소 취향이 딱 맞는 것 부터가 보통이 아니다. 나는 청소에 진심이라 기숙사 시절 청소 매트로 바닥을 문어처럼 붙어서 닦았는데 친구는 한술 더떠서 구르면서 닦을 정도였다. 과장은 맞는데 그정도로 광기어린 친구다. 게다가 손재주가 좋고 손이 야물딱져서 일을 너무 잘했다. 보고싶다, 그 손의 움직임.
고양이를 키우니 향수나 핸드크림은 밖에서만 바른다. 바디워시, 바디로션은 무조건 무향인데 친구가 보낸게 너무 취향이라 발랐다. 근데 향이 진하고 오래가서 눈물을 머금고 다시 샤워했다. 고양이가 코를 움찔하더니 휙 도망가버려서이다. 고양이를 키우면 아로마나 향은 무조건 피해야해서 쓰지도 못하는데 괜찮은걸 바르니 눈치를 준다. 그래서 회사가서 바를려고 다짐했다. 못된 고양이. 아무튼 오늘도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