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4년 마지막 날
인간의 마음이 어찌나 투명한지, 오블완 챌린지를 놓치자마자 글을 쓰지 않았다. 2025년을 맞이하기 전에 2024년을 돌아보며 일기를 쓰려고 들어왔는데, 내가 썼던 글들이 제일 재밌는 느낌이다. 이게 바로 자기애..?
2024년은 아홉수, 2025년부터 행복 가득
2024년 1월
1월은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없다.
새해 카운트다운을 하며 고양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던 기억만 나며 화가 난 표정으로 노려본 게 생각난다.
고양이들은 참, 싸가지가 없다. 지 생각해서 집 치우고 돈 버는데 뭐 하나 제대로 해주질 않는다.
그래도 너무 좋아.
2024년 2월
고양이 질병 메들리가 시작되는 2월이다.
2월부터 고양이 꼬리에 계속 딱지가 생겼다. 처음 발견한 날 뽑아버리고 (미안) 찍은 사진인데, 누가 보면 엄지발가락으로 들고 찍은 줄 알 것 같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
아무튼 저걸 뽑고 찍으면서 고양이 피부가 새로 나려고 그러나했는데, 결과는 링웜이었다. 곰팡이성 피부 질환으로 유기묘인 스트릿 걸에게는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질환이다.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어서 몇 달 동안 내 팔에도 두드러기같이 올라오고, 레아도 항진균제 + 소독약 범벅을 했다.
2024년 3월
3월은 세기의 기대작, 파묘를 봤다. 저 인형은 콩물이라는 인형인데, 가정사가 있어도 코 찔찔 흘리며 기운을 차리는 씩씩한 초딩 고양이다.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라 수식하는 말이 많아졌다.
파묘가 공포 영화라, 15세 이상이라 해도, 인형이 없으면 도저히 못 볼것 같아서 들고 갔다. 보고 나와서 콩물이 꼬락서니를 찍은 것 같은데, 사진이 없다. 결론은 구겨졌음..
2024년 4월
회사 근처에 쿠지(일본식 뽑기)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항상 내 운을 시험한다. 다닌 진 1년밖에 안 됐는데, 회사 연봉의 1/3을 바친 듯하다. 물론 넝담~
한 판에 16,000원인데 1등 ~ 3등 까지는 20,000원 이상의 물품들이 나온다. 4등 아래는 잘 모른다. 대장부는 그런 거 확인하지 않아.
저 사진은 2등 상이었는데, 딱 1개 남은 걸 내가 뽑았다. 집에 있는 고양이와 너무 똑같이 생겨서 신나게 들고 온 기억이 있다.
물론 고양이가 좋아한다고는 안 했음.
4월은 또 재밌던 게, 같이 사는 사람과 야구장을 갔다. 둘이 가서 신나게 놀다 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심각하게 야구를 관람했다.
살면서 경쟁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내가 야구장을 갈거라 생각도 못했다. 비슷한 결로 삼성이 2등까지 올라갈 거라곤 예상도 못했다.
저 날은 마무리 투수인 오쑹환이 나왔는데, 몸이 너무 좋아서 입을 벌리고 봤다. 체격 좋은 남성이 최고다.
2024년 5월
5월은 고향에 가서 예전 직장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나보다 나이가 4살? 5살인가 많은데, 정신 연령은 엇비슷해서 많이 좋아하는 분이다.
24살 코찔찔이 일 때 일 잘하는 분을 만나 곁눈질로 많이 배웠다. 물론 간호 스킬 같은 건 하나도 모르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나 회사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퇴사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철이 덜 든 나와 놀아주는 매우 고마운 분이다. 진심을 표현하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다. 정말 애정한다고!
이곳은 화담숲이다. 체중이 증가한 이후로 여름에 어딜 가는 걸 싫어한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뭔가 땀을 흘리는 내 모습이 혐오스럽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올해부터는 부지런히 나가려고 노력했다. 내가 극도록 싫어하는 여름이지만, 자외선을 받으며(선크림은 필수) 혐오와 부정적인 감정이 발밑으로 빠지기 위해 걸었다. 돌이켜보면 누군가의 시선보단 사진과 같이 푸르름만 생각난다. 걷기 짱!
2024년 6월
똥쟁이 녀석의 병원 메들리 2탄.. 스트레스받으면 (보통 병원) 이동장에 똥을 싸버린다. 이곳은 병원인데 IBD가 심해져, 갑자기 설사를 하는 바람에 끌고 왔다. 엉덩이에 묻은 떵닦느라 힘들었다.
살면서 처음 가본 민속박물관! 그렇게 음기가 흐른다는데, 수맥 탐지기라도 들고 갈걸 그랬다.
고양이에 대한 전시회라 무더운 날씨를 이기고 갔었다. 조상들이 생각했던 요물 괭이에 대해 알게 되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냥이들 까지 보고 왔다. 나도 언젠가 겪게 될 일들이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내 눈에는 아직 아기인데 급하게 고양이 별로 돌아가지만 않았으면 한다.
2024년 7월
망할 아픈 고양이 3탄... 한여름에 폐가 안 좋아지는 고양이는 좀 너무하다.
산소방을 틀어주고 장난감, 고양이 TV로 유인해서 어떻게든 앉아있게 했다. 나가고 싶어서 난리를 치는데 한 달에 렌트비가 얼만 줄 아니!!!
그래도 일상을 위해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래시가드를 입고 인적이 드문 바다에서 수영하고 노는데, 내년에는 꼭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어푸어푸하면서 바닷물만 잔뜩 먹다가 왔다.
너울이 치는 걸 느끼며 하늘을 보면 좋대서, 둥둥 뜨며 하늘을 봤는데 회사 때려치우고 누워있고싶다라 생각했다. 인생이 베짱이임.
2024년 8월
8월부터는 놓고 있던 PC게임을 시작했다. 물론? 현질은 진짜 조금만 했다. 이걸 보고 있으면 날 혼내지 말고 사랑으로 아껴주길 바라.
고양이가 컴퓨터방에 들어와서 시위를 했다.
나가자고 했는데, 레벨업에 정신 팔려서 매번 모른 척했다. 미안하다..
2024년 9월
누가 추석 매달 넣어주면 좋겠다. 진짜 맛있는 거 안 해 먹어도 되니까 공휴일 좀 만들어주라..
사진은 고양이를 위해 사온 한복이다. 생각보다 뚱띠한지 작았다. 귀엽다고 해서 좀 참아주는 것 같은데, 실상은 분노 max.
9월에는 여행미치광이로 대관령에 다녀왔다. 날이 흐려서 별론가 했지만, 너무 더운 9월이라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소, 양, 개 등등 온갖 동물은 다 본 것 같다. 동거인은 우유를 좋아하는데 계속 젖소를 보고 정신적 지주(엄마)라고 했다.
정신적 지주가 아니라 생물학적 어머니 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0917은 고양이 생일이다. 물론 사진은 0930이긴 한데, 어차피 챙겨주는 사람 마음이니 고양이는 모를 거다.
2024년 10월~ 2024년 11월
10월부터 11월은 정말 쓰기 싫다.
복기하기 싫은 이유는 상황이 끝난 지 얼마 안돼 여파가 계속 있다.
10월에는 차가 터졌다.
9월에 대관령을 가면서 친구랑 한 얘기가 앞으로 돈을 위해서는 차를 정말 나중에 바꿔야겠다였다. 자동차는 4바퀴만 달려있어 운송수단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면 되지, 돈이 생겨야 좋은 차를 끌 수 있다가 내 지론이다.
차 미치광이(친구)는 뭐라 중얼거리다가 그래 그러자, 했다.
근데 10월 되자마자 차가 높이가 작은 언덕에서 서버렸다. 올라가지도 않고, 시동만 켜
진 상태로 한참 있었다. 내려서 사람들을 보내고 렉카를 불러 점검을 했는데 답이 없었다.
그래, 오래 타려면 차를 좋은 걸로 바꾸자! 레아야 너 진짜 아프면 안 된다~ 돈 없어~
11월에는 레아가 아팠다.
내가 봐왔던 고양이의 상태 중에서, 11월이 제일 최악이었다. 보호소에서 와서 자잘하게 아프고 지금도 약을 먹고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회식이 있던 그날, 고양이는 호흡이 달려 쇼크가 왔다.
뒤집어지지는 않았지만 병원을 가지 못했다면 아마 고양이 별에 갔을 거다.
의사도, 우리도 앞을 가늠할 수 없었다. 폐렴으로 아파 죽은 고양이가 한둘이 아니니까.
결국 줄기세포 주사로 많이 나아졌지만, 그때는 내 무능력함에 많이 우울했던 것 같다.
아직도 고양이가 아팠던 시간이 생각난다. 우리가 부족했던 점을 계속 찾고, 또 찾는다.
또다시 아프면 안 되니까.
2024년 12월
12월은 워낙 행사가 많았다.
일단 3주 연속으로 술 먹었는데, 다 회식이었다. 너무 좋은데 살려주세요. 사케랑 소주랑 맥주랑 그만 섞어 먹어~~!!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동거인 친구의 누나네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초대장을 너무 급하게 만들어서 아쉬웠다.
픽업하기 전에 준비하고 (친구는 요리, 나는 그 외) 픽업하고, 밥 먹고, 그 후로 계속 수다를 떨었다.
새벽 2시 30분쯤 보냈는데 형이 너무 지쳐 보여서 보내줬다. 다음에는 더 일찍 만나서 놀아야지 6^^6
2024년은 정말 힘들었다.
돈도, 건강도, 가족도 챙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쉬워야 다음이 좋은 것처럼, 내년에는 좋은 일만 가득이길 바란다.
2025년 목표
1. 많이 웃기
2. 성장하기
3. 나, 친구, 고양이 다 건강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