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토리 ψ(`∇´)ψ

[오블완] 일요일 까지의 일상

e나루 2024. 11. 24. 21:56

 
24. 11. 23
 
두려운 건강검진의 날이였다. 
 

건강과 젊음은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침 7시까지 판교에 있는 건강검진 센터로 가야했다. 친구네 누님의 회사 복지를 얻어타서, 역시 내가 못가면 대기업 간 지인을 두는게 맞구나라고 느꼈다. 아주 염치없는 생각이다. 만약 이 글을 보고계신다면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번 부탁트립니다(뻔뻔).
 

속도감이 느껴지는 사진

 
집에서 판교까지는 새벽에는 금방 도착하지만, 수면 내시경을 해야해서 광역버스를 타기로했다. 집이 산에 있어서 정류장까지 씽씽이를 타고 가야했는데 아침에 코가 사라질뻔했다. 새벽에는 정말 춥구나를 다시 느낀게, 손을 빼고 타기가 힘들었다. 하필 둘다 수면내시경을 해야해서 몽롱한 상태로 씽씽이를 끌고 10분을 갔는데, 다음에는 친구가 비수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출근하는 느낌으로 쓩 달렸는데 친구가 뒤에서 보길 어떠한 결의가 느껴져서 웃겼다고 했다. 웃긴 놈일세.
 

새벽의 판교는 사람이 없구나

 
살면서 판교를 가는게 익숙해질지 몰랐는데, 회사를 위로 다니고 환승도 자주 하러 오니 그새 익숙해졌다. 이러고 며칠 안가면 또 익숙하지 않을 것 같다. 분명 6시쯤 버스를 타서 7시 넘어서 도착하겠다했는데, ic를 타자마자 10-15분만에 내려야했다. 이렇게 가까우면 하늘에도 도로를 하나 지어서 출퇴근 시간에 안막히게 했으면 좋겠다. 카카오맵을 사용해서 내리고 가라는데로 갔는데, 뭔 공원을 통과하라고 했다. 새벽이라서 너무 어둡고 누가 숨어있을거같아 주먹을 들고 걸어갔다.

퍼스널컬러 안맞는데요 ??

도착을하니 사람이 꽤 있었다. 6시 타임이 있다고는 하는데, 인간들이여 좀 천천히 살아라.. 난 7시 타임이라 30분 빨리 온건데, 나보다 빨리온거면 도대체 몇시에 온걸까라고 생각했다. 첫 직장이 건강검진 센터였어서 공간이 주는 익숙함이 있었다. 그래도 판교는 판교인게, 나는 지방 대학병원 검진센터였는데도 여기가 더 좋았다. 사람들이 일을 어찌나 잘하는지 친구랑은 위 내시경이 끝나고 말을 할 수 있었다. 키재고 몸무게 재는것도 너무 신기한게, 키가 머리통을 때리지 않고 재준다. 그래서 똑바로 섰어야했는데 162cm 에서 제대로 서니 165cm가 되었다. 숨은 키가 3cm만 더 있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했다. 
 

두려움의 사진

 
혈압이 높게 나올줄은 알았는데, 생각보다 높아서 불안감이 생겼다. 그래서 서두에 건강과 젊음은 날 기다려주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이렇게 말했다고 당장 응급실을 가야하거나 약을 먹어야하는 수치는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정상의 범주에서 동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오묘했다. 그만큼 내가 나를 챙기지 않았다라는 반증이 되기도하고, 객관적인 수치가 주는 깨달음이 존재했다. 
 

내시경 한 나 : 푸데푸데

 
젤 쓰고싶었던 내시경 썰! 
일단 내가 간 곳은 수면 내시경을 위한 라인 잡기 & 채혈을 같이했다. 간호학과를 졸업하고는 이 일이 하기 싫어서 도망갔는데 지금은 나쁘지 않았을지도란 생각을 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채혈을 한다면 왼쪽 팔을 보여드렸다. 거기에 자신있는 혈관이 있어서, 항상 그쪽에다 채혈하시길 유도한다. 이번에도 왼쪽 팔에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아파서 포커페이스가 깨질 뻔 했다. 일찍 간 보람이 있게 친구가 먼저 내시경을 하고 다음 차례로 내가 들어갔다. 먼저 진행을 한거지, 직원들도 많고 배드가 많아 동시에 진행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프로페셔널하신지, 따라가서 눕혀지자마자 새우 자세를 코치받고 입에 뭔가 쑤셔지고, 하얀 우유같은게 팔에 주사되었다. 다 들어가길래 어라, 의외로 나 강할지도? 생각하자마자 꿈을 꾸웠다. 꿈에서 뭔가 발차기를 하고 날라다녔는데 갑자기 퍼뜩, 눈이 떠졌다.
 

으음 !!!!!!!!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은, 침을 너무 흘렸다였다. 그리고 아 뭔짓 안했겠지란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러고 친구는 내 옆의 커튼 뒤에서, 야 조용하고 잠이나 자라고 하며 나갔다. 순간 뭔 소리지, 내가 뭔 말을 했나?라고 고민하다 조용하고 자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날 확인하러 온 간호사 선생님에게
 
'제가.. 난동부리지는 않았나요..' 하니까
 
차트에 적어놓은게 없으면 괜찮은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러고 다른 선생님이 오셔서 생각보다 일찍 깨셨는데 다음 곳 가시겠어요? 하셔서 네네 하며 일어났다.
천천히 일어나는데, 다른 선생님이 내 베드의 헤드 부분을 물티슈로 닦으셔서, 멍하니 보다가
 
(물티슈가 닦인 자국을 가리키며) 
' 저게....제가 흘린 침...인가요?'
라고 물어봤다. 선생님들은 웃음을 참으며 아니라고, 닦은거라고 설명해주셨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미친 사람같았다.
 

야채죽과 잔치국수 중 국수가 더 맛났다

 
다음으로 치과나 산부인과 검사는 개인적으로 다니는 병원이 있어서 제외했다. 자궁 초음파는 그래도 할걸 했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제일 기대되는 검사는 장 유전자 검사이다. 선천적으로 장이 좋지 않아 피부에도 트러블이 나는 타입이라, 퍼센트가 어떻게 나뉠 지 너무 궁금하다. 옷을 갈아입고 결제를 하니 식사 쿠폰을 줬다. 둘이 1등으로 가서 먹은건데, 위 내시경을 할 때 절제한 것이 없어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했다. 일단 이거부터 쑤셔넣고 다른걸 먹어야지 생각했다. 맛은 평범하고 좋았다.
 

이러고 돌아다님

 
5시에 일어나서 9시쯤 일정이 끝났는데, 집에 가서 발뻗고 자고 싶었지만 판교를 즐기기로 했다. 업무 때문에 서울이나 판교를 자주 온다고해도 놀러온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부터 가서 각자의 시간을 즐겼다. 말을 안하고 검사 결과를 복기하는 과정은 정말 최고였다. 내년에도 또 할 생각에 눈물과 웃음이 같이 났다. 그리고 현대 백화점에 가서 ! 
 

 
파이브 가이즈를 먹었다. 위 내시경 한 날 햄버거 먹는 사람? 나트륨 max 찍는 사람? 혈압 걱정하다 햄버거에 눈 도는 사람? 나다.
 

시그니처 땅콩

 
분명 이번주에 음식이랑 다 정리해서 올리려고했는데, 날 잡고 하려고 하니 더 안한다. 주중에 좀좀따리로 올려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파이브 가이즈는 기대는 안하고 먹었다. 왜냐면 너무 비싸고 사람이 많아서, 보통 이런건 기대를 안해야 맛있기 때문이다. 분명 백화점 오픈인 10시 30분에 들어가서 다른 곳 보고 40분 쯤 내려갔는데, 줄이 있었다. 인간들아 너무 빠르다고 !
 

손도 안댄건데 왤케 먹은거같냐

 
메뉴를 잘 모르겠어서 점원분의 추천을 받았다. 치즈 버거, 베이컨 버거, 리틀 감자튀김, 탄산과 쉐이크 1잔이다. 5만원이라는 거금에 파이브 가이즈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난 소시민이라 참지만 누가 복수해줬으면 좋겠다. 
 
맛은 ★★★★★이다. 복수타령치곤 맛있게 먹었다. 다만 너무 짰다. 미국 음식은 설탕을 잘 안넣어서 짜다고 하는데, 백종원 아저씨가 가서 교육해주셨으면 좋겠다. 
 
 

땅콩 따기 영상_진짜_신기함

 
내 친구는 땅콩을 도대체 어떻게 딸 줄 아는걸까? 나는 땅콩을 따본 경험이 한번도 없다. 뭔가 고래잡이 같은 말 같은데, 순수한 땅콩 말하는거다. 땅콩을 왜 따먹지? 딴걸 먹으면 되는거 아닐까? 친구는 한심해하더니 멋있게 알려줬다. 진짜 신기했다. 그 뒤로 나도 도전했는데 땅콩 한봉지를 다 엄지와 검지로 갈아버렸다. 약한 것들.
 

지피티와 싸운 결과

 
밥을 다 먹으니 집에 너무 가고싶었다. 억지로 몸을 끌고 교보문고를 가서 책을 좀 보다가, 지피티랑 싸웠다. 우리집 고양이를 그리라니 외계인만 자꾸 그려서 최대한 타협을 했다. 눈 꼬리가 있다고 ! 털이 저렇게 안 복슬하다고 ! 눈이 파랗다고 ! 등등. 지피티가 결국에는 다음에 다시 시도하라했다. 지가 못해놓고, 남 탓이다. 기계나 사람이나 다 똑같다.
 
이날은 이러고 집을 가서 바로 잠을 잤다. 다음 건강검진은 무조건 평일에 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끗
 
아, 게임도 했다. 좀보이드. 10번 넘게 죽은거 같은데, 정말 재밌다. 강추
 
24. 11. 24
 
건강검진의 후유증인지 머리가 계속 아픈 느낌이였다. 혈압 올라서 아픈거 아니냐고 발광을 했는데 친구가 그래서 더 아플거라고 잔소리했다. 잔소리만 아니면 최고일텐데, 평생 최고는 못 할것 같다.
 

묘기하냥

 
집 대청소를 해야해서 나는 화장실, 친구는 바닥을 청소했다. 화장실 청소 루틴을 바꾸고 싶어서 고민중이다. 어떻게 해야 더 깨끗하고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화장실에서 잘 정도로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목표이다. 고양이는 추우면 안돼서 여기다 가두고, 저기다 가두니 자기 빼고 논다고 삐졌었다. 막판에는 로봇청소기를 돌려서 침대에 누워있으니 고양이 계단 위 스크레쳐에 올라가더라. 동춘 서커스인줄 알았다. 
 

마지막 사진

 
어제도 잘 안놀아주고 오늘도 못 놀아줘서 고양이가 많이 삐졌다. 어루고 달래긴했는데, 작은 머리통으로 복수를 꿈꾸는 것 같다. 다음주 주말, 그다음주 주말까지 출근인데 아마 블로그에 욕만 작성할 것 같다. 12월도 잘 마무리해야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