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스토리 ψ(`∇´)ψ

[오블완] 24. 11. 19

e나루 2024. 11. 19. 21:58

 

내일부터 팀에 나 혼자다. 나 빼고 다 휴가를 써서 벌써부터 심심할 예정이다. 친구들한테 카톡이나 돌리고, 일이나 (ㅜ) 해야겠다.

 

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

 

 

sns 들어가자마자 본 사진. 누가 날 감시하나 했다.

 

어제보단 좀 풀어진 날씨에 서운했다. 진짜로 온도가 좀 오르다니, 지구가 버티질 못하는 것 같다. 온난화 정도는 힘줘서 참으면 안 되냐고, 지구! 그래도 친구 말을 듣고 기모가 있는 옷에 얇은 패딩을 입었다. 여기서 놓지 않는 건 얇은 패딩이다. 패딩이라도 얇아야 살 수 있어..

 

팀장님은 내일부터 휴가라 그런지, 행복해보이셨다. 부러워요. 저도 데려가세요 했지만 들은 체도 안 하셨다. 어디 가서 놓치고 싶지 않은 인재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휴가까지는 데리고 가고 싶지 않나 보다. 흥, 저도 가기 싫네요. 뻥이다. 너무 따라가고 싶다. 일은 나름 집중해서 한 거 같은데, 친구가 왜 이렇게 카톡을 많이 하냐고 뭐라 했다. 많이 할 수도 있지 꽤 난리라고 생각했다. 

 


아빠는 참 웃긴 사람이다. 자식들한테 신경 제일 안쓰고, 어떤 면에서는 정말 최악인데 뒤에서는 자식 생각밖에 안 한다. 인간관계를 중요시 여기는 게 아빠를 닮은 건지, 아빠는 우리 인생에 스트레스를 사서 받고 있다. 감정적인 측면보다는 재정적인 지원이나 자식들 앞길 걱정에 혼자 전전긍긍한다. 그게 아빠가 하는 사랑 인가 싶기도 하다. 나이를 먹은 건지, 하나씩 이해가 되는 면이 많다.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서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하고, 돈을 벌려고 서울에 간 20살. 산전산수 다 겪어야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겠지, 생각한다. 그래서 본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자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 좀 말했으면..

 

 

아무튼 2024년 1월부터 아빠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자동차 이야기를 하고있다. 친구는 옆에서 보더니 스팸 문자 같다고 한다. 이게 다 공짜로 신차를 받기 위한 수법이다. 생일인데 전화 한 통 없는걸 1주일 기다렸다가, 오늘 문자 했다. 협박하니 바로 전화하더라. 목수 아저씨가 바로 전화한 정도면 1) 생일인지 진짜 몰랐음 / 2) 협박에 두려워서 중 하나이다. 99.9% 1번 일거다. 전화를 받으니 뭐라고 하더니만 (중요한 얘기가 아니다) 왜 집에 자주 안 내려오냐고 했다. 본가로 내려가기엔 경로가 최악이다. 그리고 자주 내려가면 반기지도 않았을뿐더러 피곤하다. 가족이라고 전부 잘 맞아야 하고, 만나야 하는 건 아니다는 주의인데 부모님은 그런 신개념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늙은이들이다. 마인드가 늙은이라 늙은이 같다. 

 

자동차 이야기를 하지도 못하고 다급하게 끊어버리길래, 바로 스팸 문자를 보냈다. 얼마나 좋은 차를 사주고싶길래 이러나 했는데, 다시 전화오더니 파산이라고 연락하지 말라했다. 아빠가 파산이라는 말은 1년에 10번은 넘게 듣는 것 같다. 전화를 10번을 안 하는데..

 

뭘 봐?

밥을 먹고 뽑기를 했다. 스밋코 구라시라는 인형을 정말 좋아하는데, 거기서 아니꼽게 생긴 인형을 뽑았다. 원래는 하나에 7만 원짜리인 곰인형을 갖고 싶었는데, 14,000원으로 얻었으니 러키라고 생각한다. 표정이 아주 맘에 든다. 뭘 봐 새우튀김! (인형이 새우튀김이다.)

 

다른 팀 팀장님이 오늘 회식하자고 했는데 바로 튀었다. 일주일 단위로 회식은 아닌 거 같습니다. 심지어 지난주에 너무 먹었다고 후회해 놓으시고 무슨 망언이신 거죠?

 

먼지봐라

 

사실 서문에 쓴 말은 날 향한 말이다. 나는 관계에 너무 집착한다. 예전에는 부모가, 가족이 나를 지지하지 않고 외롭게 해서 계속 다른 사람에게 집착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보니 내가 나에게 집중하지 않아서라는 걸 알게 됐다.

 

어렸을 때는 수많은 학원과 과외를 하며 학원 선생님들과 친해졌다. 그때는 좀 뇌가 조숙한, 눈치가 빠른 아이였는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실컷 수다만 떨다 왔다. 그 대화 속에서 남이 날 인정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선생님들은 사회생활을 했을 뿐인데 그걸 모르고. 그렇게 커버린 나는 아직도 관계에 집중한다. 다른 사람이 나와 친해진 의도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 아래에 최선을 다한다. 그 시간에 나에게 집중하고 초점을 맞췄으면 조금이라도 달라졌을 텐데, 항상 지나고서 아쉽다. 

 

지금 이런 글을 쓰는 이유도, 지나간 인연에게 연락하고 혼자 스트레스받아서 적는 거다. 나는 사회생활을 불안한 계약직을 전전하다 이제야 정규직 1년 차를 달았다. 그래서 내 밑에 누군가 들어온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신경 썼고, 막내가 내가 느꼈던 회사의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모든 걸 인수인계하니 퇴사해 버렸다. 머리로는 그 친구의 결정을 존중하고, 쿨하게 넘기겠다 하지만 마음으론 너무 허탈한 감정이 컸다. 친구가 퇴사를 하고 2주 정도는 씁쓸함에, 불안함에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불안한 이유는 내가 남아있는 이곳을 구렁텅이라 말해서이다. 남의 말에 흔들리는 것조차도 관계지향형 인간의 특징인 것 같다. 머리로는 아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슬펐다. 연락처를 이제야 정리하고 또 느끼는 거다. 남에게 흔들렸구나 하는 걸 말이다.

 

이런 모습은 싫어 !

 

웃긴 건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 때도 이랬다는 거다. 한 명에게 모든 걸 받치듯이 잘해주고 퍼준 뒤 예상과 다른 반응이나 행동을 보이면 상처받고 힘들어한다. 물론 빈도나 강도는 확연히 줄었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지금과 같이 글로 써서 정리하면 나의 행동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지금 누군가에게 뭔갈 해주고 싶어? 그 시간과 돈을 너한테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친구는 워낙 남에게 관심이 없어서 이런 내 모습이 특이하다고 한다. 나도 저 정도로 남에게 관심 없는 애가 처음이라 신기하다. 걔랑 나랑 반반 섞으면 참 좋을 텐데, 하는 바람도 있다.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는 답 없는 국어 문제처럼 항상 나에게는 난제이다. 오늘 느낀 점도 끗이다.